BLIND SPOT - 강남 프로젝트 – 대치동 新풍속도

대치동 학원가, 2013

<강남 프로젝트>는 행복에 역설해보고 <언젠간 행복해지겠죠> 연작, 소외된 시선과 부조리를 표상하는 관념적 사각지대에 주목하던 이전 작업들 <BLIND SPOT> 연작과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으로, 목적을 상실한 채 기이한 생존의 리듬으로 지속되고 있는 대치동, 강남 풍경에 대한 기록이다. 풍경이 외시하는 일상은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기묘하고도 낯선 모습들로 생경함을 자아내는 듯 하나, 실은 그곳에서는 아주 당연하게 흔히 목격되는,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이라는 것에 문득 실색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 한 풍경이 있다. 흡사 공항에서 듣던 캐리어 소리가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에 울려 퍼진다.

초등학생도 안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제 몸으로 감당하기도 버거운 무게의 책가방 캐리어를 힘겹게 끌고 학원가를 배회한다.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매니저처럼 대기하고 있다가 가방을 건네받는 대치동 맹모(孟母)들.

- 작업노트 <외면일기> 중 (2013)

 

학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실어 나르려 도로 양쪽을 점령하고 줄 지어 대기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차량과 학원 봉고차들.

하루가 다르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자물쇠 교실들.

빼곡히 건물외벽을 뒤덮어버리는 학원 간판들. 정해진 행선지에 따라 이동하기를 멈추지 않는 아이들.

쉴 새 없이 아이들을 삼켰다가 토해내는 학원들.

어둠을 모르는 백야(白夜)의 학원가.

- 작업노트 <외면일기> 중 (2013)

BLIND SPOT - Gangnam Project - Daechi-dong new customs

900bunji, Daechi-dong Education District, 2013

The <Gangnam Project> is an artwork that is an extension of previous artworks that emphasized happiness, and paid attention to the notional blind spots symbolizing alienated viewpoints and irrationalities. It is a record of the Daechi-dong landscape that continues to exist with an odd rhythm of survival devoid of its purpose. The everyday life displayed by the Daechi-dong landscape is very bizarre and strang. However, this landscape is an extremely ordinary Daechi-dong landscape.

Here is a landscape. The sound of a carrier, which used to be heard in airports, is resonating in the so-called cram school street in Daechi-dong, often called the mecca of private education.

Children, who seem to be smaller than elementary school students, are wandering around in the cram school street struggling to pull the school bag carriers too heavy for them.

The so-called ‘soccer moms’ who wait for their children and receive their bags as if they were their managers.

- from work note <Journal Extime>(2013)

 

The cars of parents and the vans of cram schools waiting in line, occupying both sides of the road, to drive the children home after class.

Padlocked classrooms* that mushroom and disappear everyday.

The signs of cram schools covering the outer walls of buildings. Children constantly on the move to go to their destinations.

Cram schools that constantly swallow up and vomit out children.

The cram school street brilliantly illuminated.

- from work note <Journal Extime> (2013)

* Cram schools operate the so-called ‘padlocked class.’ The ‘padlocked class’ literally means that students learn in a locked room. Once the students arrive at the cram school, they can never go out until after 10:00pm. Cram schools have the ‘padlocked classes’ because they are favored by students and parents who are extremely education oriented. The students cannot leave the classroom. They just study all the time sitting at their desk, and they bring their own lunch boxes, rather dinner boxes. And the ‘padlocked classrooms’ do not have windows. There are two purposes. One is to make sure that they are not aware of time, and the other is to avoid government crackdown by preventing the light from escaping the room.

+ motive from the <BLIND SPOT> series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조명 받지 못하고 쓰임 받지 못하는

어디에나 사각지대란 존재한다

 

관념적이든 시각적이든

의식하든 안 하든 간에

그 것은 선 하나로

효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하다

- 작업노트 중 (2011)

강남으로 전학해 이방인으로서 섞이지 못했던 청소년기는, 자연스럽게 불편한 시선이 파생될 수 밖에 없었던 동기 그 자체로, 직접 체득해 온 나의 사회적 이해다. 그것은 기존의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낯설게 만들어 버렸고,‘행복’에 대해 역설해보고, 관계나 현상 속 부조리에 관심을 가지는 등의 일련의 시도들로 이어졌고, 점차 내 불안의 진폭이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로 확장되어, 나의 불안한 시선과 같은 선상의 표상인 ‘사각지대(BLIND SPOT)’에 관심 갖기 이르렀다.

BLIND SPOT(사각지대, 死角地帶)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느 위치에 섬으로써 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아니하게 되는 각도. 또는 어느 위치에서 거울이 사물을 비출 수 없는 각도. 또는 관심이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보이지만 보이지 않고, 조명 받지 못하고 쓰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라는 공간은 소외의 다른 이름이다. <BLIND SPOT> 연작은 사각지대가 물리적인 개념을 넘어서서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관념적인 담론으로 사회적 풍경으로 전이됨에 주목한다. 부조리한 사회 문제들은 인권의 사각지대, 윤리의 사각지대, 복지의 사각지대, 정치의 사각지대, 교육의 사각지대 등의 형태로 변형되어 우리 삶에 집단적인 외상으로 생채기를 남긴다. <BLIND SPOT> 연작에서 다뤄지는 북아현동과 강남 지역 일대는 실제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경험하고 관조해왔던 장소들이다. 특정 맥락의 특정한 장소에서 느꼈던 사소한 심리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기존의 사회적 풍경을 심리적 풍경 혹은 오브제로 전이한다. 익숙한 장소의 익숙한 풍경이지만 결코 익숙하지 않은, 익숙해지지 않는 기이하고 낯선 풍경들. 지금 여기 생의 한구석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념의 사각지대들을 포착하고 기록하여 시선과 사유의 환기를 유도하려는 시도이다.

A blind spot,

which exists, but does not exist,

is visible, but invisible, and

is not in the spot light and not used,

exists everywhere.

 

Regardless of whether it is notional or visual,

whether we are aware of it or not.

Just by drawing a line

is enough to take effect.

- from work note (2011)

The space called BLIND SPOT, which certainly exists, but does not exist, is visible, but not visible, and is not in the spotlight and not being used, so I thought BLIND SPOT is another name of alienation. I think everywhere in our daily lives, social landscape like the blind spot is rampant. Irrational social problems are transformed into the blind spot in human rights, ethics, politics, education, etc. and leave a collective trauma in our li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