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in its right place

Thailand, Vietnam, and Korea

Dec 2019 - Apr 2020

 

 

 

2019년 12월 7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에 체류하였다. 1월 20일부터는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에 체류 중이었으나 빠르게 확산되는 COVID-19를 처음 마주하고, 1월 29일 베트남 호치민으로 다시 돌아갔다. 3월 4일 대한민국 - 베트남 직항 항공 운항이 중지되었다. 이미 예약되어 있던 왕복 항공권이 취소되고, 기약 없는 운항 일정으로 무기한 출국 지연을 통보받았다. 2020년 3월 18일 베트남 국경은 사실상 폐쇄 조치가 된다. 4월 1일 전국 도시 봉쇄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식과 동시에, 대한민국 - 베트남 직항 항공이 일부 운항을 재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3월 31일 출국, 4월 1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동시에 정부 질병 관리 본부의 시스템 하 15일간의 자가격리 의무를 이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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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는 Pandemic이라는 거대한 풍랑에 잠겨 있던 육신의 풍경, ‘거기 있음’의 기록이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거스를 수 없는 무력감에 연신 미끄러졌다. 유한하고도 취약한 육체가 낯선 상황에 놓여져 있음을 생생하게 인지하였다. 연속으로 펼쳐지는 타임라인의 단면을 목격하며 이 순간들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의심하고 또 의심하였다. 관찰되어지는 징후들에 불안을 느끼고 또 해소하기를 반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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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굳건히 지탱하던 상징체계들이 스러져 가는 것을 생경한 시공간에서 경험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공포의 감각이었다. 불현듯 부상하는, 어쩌면 그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류의 결말의 열린 가능성에 대한 감각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몸들은 필사적으로 각기 제 자리라 믿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를 시도하였다. 전과 같이 사람들은 서로 매우 가까이에 있었지만, 전과 달리 사람들은 서로 가까이에 있음을 매우 의식했다. 너와 나 사이, 보이지 않던 것들이 환시처럼 눈 앞을 가로 막았다. 모두가 서로의 이방인인 지금, 이방인의 실수는 곧 재앙. 나는 나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인가. 매 순간 나의 신체는 위협하고 위협당하였다. 생존보다도, 그저 이방인의 외피를 띤 나라는 존재가 (숙주가 되지 않기를) 범지구적인 폐를 끼치지 않기만을 소박하고도 간절하게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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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세계는 이제, 하나의 새로운 언어를 공유하게 되어 버렸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위협하는 비상 사태는 결코 예외가 아니라 보통의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